* 이 여행 기록은 전문적인 라이딩 경험이 없는 사람의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니 참고바랍니다.
Day 2
오르막은 끝나지 않았다
아, 굿모닝. 역시나 몸이 힘들지만, 걱정했던 것 만큼은 아니다. 어제 술잔치를 하셨던 분들은 잘 주무시고 계시고, 나는 8시에 주시는 아침을 먹으러 간다.
제이제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신 아침식사, 생각보다 알차다
밥 먹으면서 보이는 숙소의 모습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일찍이 출발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짐을 밀봉하는데 시간이 걸려 9시 반쯤 출발하게 된다. 숙취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뒤로 하고 둘째 날 시작:)
법환바당을 찍고 서귀포 시내에 어느 정도 들어갈 때까지는 조금 힘든 길을 달려야한다. 파란 길을 잃어버리지 말고 잘 찾아가자. 여기서 길을 잃었다가 심연의 내리막길에 빠져들고 다시 돌아가려면 조금 힘들수도 있다.
해녀 분들께서 작업하시는 곳에 이런 벽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법환바당 도착
서귀포시내에서 점심
서귀포 시내 모습, 서귀포초등학교 옆 길
안거리밖거리 식당
한정식집 안거리밖거리에서 산채비빔밥 한상을 먹었다. 메인 메뉴인 한정식은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해서 고민을 좀 했지만, 앞으로도 나의 먹을 거리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1인 주문이 가능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한정식 못지않은 반찬들로 굉장한 밥심 충전!
밥이 최고다, 7천원
식당 옆에 있던 요염하고 큰 푸들
서귀포시에는 화가 이중섭을 기념하는 거리와 조형물들이 많으므로 관련 박물관과 거리를 찾아서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명 이름에 걸맞게도 서귀포시를 나서서 쇠소깍까지 가는 길에는 감귤 농장을 많이 볼 수 있다. 어제는 해안도로를 종일 돌아다녔다면, 오늘은 감귤 나무를 많이 보는 것이다. 여기즈음부터 힘든 오르막 구간이 줄었음을 느낀다. 길도 좋고 날도 좋고 바람도 좋다. (꼭, 여행 계획 하시는 분들 비 안 오는 날 찾아서 가시길...)
그렇게 달리다보면 쇠소깍에 도착한다.
쇠소깍에서 천혜향 쥬스를
이제 이쯤 되면 몸의 힘듬에 익숙해져가고, 가는 길 내내 제주도의 경치를 보다보니 인증센터에 오면 얼른 도장만 찍고 다음 길을 가려고 하게 된다. 내가 쇠소깍에서 그랬고, 블로그로 정리하는 지금에서야 이를 후회하고 있다. 위키가 말하길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쇠소깍에서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하천 지형이 절경을 이룬다는데, 나는 그 하구에 내려가서 셀카 몇 장 찍고 천혜향 쥬스에나 감탄하고 있었다.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내가 들리는 곳들의 가치를 조금 더 알아보고 갔으면 더욱 좋은 여행이 되었을 것 같다.
쇠소깍 하구로 내려가면 마치 돌이 잘게 부스러진 것 같은 거무스름한 모래가 있다
이것은... 3천원의 행복, 백로더만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5개는 샀을텐데
확실히 어제보단 낫다
쇠소깍에서 조금 쉬다 보니 13시, 오늘의 목적지인 섭지코지에 아무리 넉넉잡아도 3시간이면 가겠다 싶어 안도감이 들었다. 저녁 시간에 맞춰서 가기 위해 무리하지 않았고 편안하게 달렸다. 가는 길에 좋아보이는 까페에 들러 고심 끝에 딸기 스무디를 주문했지만 딸기 얼음 덩어리를 주셔서, 반강제로 꽤 긴 시간의 휴식을 갖기도 했다.
푸른 자갈담
소라껍데기로 세운 탑
섭지코지에서의 저녁
섭지코지에 들어선 나를 반겨주는 한 쌍의 개
식사부터 합니다. 오늘 저녁은 섭지해녀의 집에서 겡이죽을 먹기로 정해져 있다. 17시 반 정도의 이른 시간에 도착했더니, 내가 첫 손님이었다. 훈훈한 할머님과 아주머님들의 수다를 들으며 겡이죽과 막걸리 주문.
막걸리도, 겡이죽도 모두 맛있다, 14천원
죽 한 그릇만으로도 배를 충분하게 채우고 (사실 막걸리도 다 마셨다), 섭지코지 해변을 신명나게 걸었다. 더 이상 자전거는 타고 싶지 않다.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라메종베니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19시가 되기 전에 숙소를 찾아 들어간다. 가정집 같은 숙소다. 공교롭게도 손님이 나 혼자였어서 정말 내 집처럼 썼다.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서 사진도 몇 장 찍어뒀다. 이런 분위기라면 여러 손님이 있어도 화기애애할 것 같다.
아늑한 공동 공간이다
방듸에서의 밤
어제보다는 수월한 코스 덕분일까, 몸이 고생에 적응한 걸까. 어찌됐든 몸을 씻은 뒤, 체력이 남아서 섭지코지에 좋은 까페가 있나 찾아본다. 운이 좋게도, 근처에 수제 케익으로 유명한 까페인 방듸를 찾아갈 수 있었다. 평상시 까페에서 커피만 먹는 나도 여기서는 지른다, 타르트.
2층 테라스 전망이 참 좋다, 에스프레소 4.5천원, 자몽타르트 6천원
2층 테라스에서는 성산일출봉이 훤하게 보이는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는데, 한 밤중에 찾아온 나는 바다 넘어 성산일출봉의 어렴풋한 윤곽만을 볼 수 있었다. 해 떠있을 때 이 곳에 오면 꽤나 좋은 순간이 되겠다 싶었다. 여기서 노트북 열어놓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분위기 좋은 곳이었다 ;P
이렇게 둘째 날도 마무리. 코스가 수월해지는 만큼 내용도 줄어드는 것 같다. 내일은 문어라면을 먹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폰질을 하다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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