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여행 기록은 전문적인 라이딩 경험이 없는 사람의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니 참고바랍니다.
Day 1
출발
아침 5시에 일어나 지하철 첫 열차를 타고 김포로 출발, 7시 반 비행기를 타고 8시 반에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첫째 날의 이동 거리가 가장 길고 힘든 코스라는 얘기를 들어서 최대한 빨리 출발하려고 했고, 이는 바람직한 결정이었다. 과장되게 말한다면, 첫 날만 잘 지나면 되는 것이었다.
제주 공항의 열대 나무들
곧장 자전거를 빌리러 이동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대여 예약을 확인하고, 자전거와 그 외 대여 물품 (헬멧, 추가 비용을 들인 백로더 등)을 받았다. 내 가방의 짐을 모두 꺼내 백로더에 집어넣고 밀봉하는 법을 배운다.
백로더를 처음 사용한다면, 출발하기 전에 충분히 밀봉+밀착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다니는 와중에 자꾸 백로더가 쳐져서 길가에서 다시 백로더를 조정하는 연습을 강제적으로 하게 되었는데, 열심히 달리는 중에 이런 이유로 자꾸 멈추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아침식사, 전복뚝배기
본격적인 출발 전에, 나는 아침 식사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곧장 내정해둔 식당을 구글 맵을 보며 찾아갔다. 공항 뒷 주변길을 돌아 갔는데, 지금 어떻게 간 것인지 잘 기억이 안난다. 아직 이 때는 "파란 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병아리였기 때문에, 불안함 반 설렘 반을 가지고 지도 앱만을 보며 달렸다. 10:30, 어찌저찌 제주도에서의 첫 식당 순옥이네명가에 도착했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더욱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30분 정도의 대기 끝에 전복뚝배기를 맛볼 수 있었다.
순옥이네 명가, 전복뚝배기, 15천원
큼지막한 전복을 3개나 넣어준 것만으로도 밥값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밥심을 제대로 채우고 이제 진짜 출발.
첫 인증 센터, 다락쉼터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니 벌써 11시. 첫 날이 제일 길다는데 마음이 급해지는데 아직 인터넷에서 본 해안도로는 어떻게 가야할 지도 모르겠다. 지도 앱에서 다락쉼터를 찾아서 찾아가본다. 가다가 파란 색의 환상 자전거길 표시가 나오니 안도감이 찾아온다. 제주도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모든 풍경이 따듯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이 풍경은 2박 3일 동안 계속 보게 될 행복하게도 기나긴 해안 도로이다. 시원하고 따듯한 바람이 번갈아 부는 것이 좋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10여 km를 달리니 다락쉼터에 도착했다.
다락쉼터 도착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빨간색의 공중전화 부스 안에 수첩에 찍는 도장이 들어있다. 나는 수첩을 준비하지 못해서 모바일 앱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종이 수첩에 하나씩 도장을 찍는 것이 훨씬 보람찰 것 같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
결국 이번 여행은 매 끼니를 위한 식당과 숙소를 찾아다니는 자전거 일주인 것 같다. 나의 다음 목표는 점식 식사를 위한 식당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풍력발전기가 함께하는 풍경에 잠시 길을 이탈하여 헤매기도 한다.
해안을 지키고 있던 소파 한 쌍
제주도의 흔한 마을 길
돌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2시 반에 찰리아저씨네 도착. 여기 성게국수... 강추다. 면을 모두 먹은 뒤 성게 국물에 말아먹는 밥이 개꿀.
찰리아저씨네 맛집 도착
성게국수의 위용을 보라. 성게국수 9천원, 공기밥 1천원
오늘만 고생하자
이제 중문에 있는 숙소까지만 무사 도착하면 된다. 대략 네 시간 동안 절반 넘게 온 것을 확인하니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송악산 인증 센터부터의 중문까지의 많은 오르막 길만 잘 견뎌내면 된다. 그러므로 나와 같은 자전거 초보라면 송악산까지는 어느 정도 컨디션 관리를 하길 바란다.
송악산 진입
송악산 망고레이에서 꿀같은 스무디, 6천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하지만 그 내리막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내 생애 이렇게 긴 내리막길을 맘놓고 자유 하강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싶겠냐만, 내리막에서 고삐 풀린 자전거 위에 앉아있으면 정말 좋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엄청난 긴장감과 함께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중문까지 (사실 중문 넘어서 서귀포가는 길목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르막길 끝에 서귀포시에 들어왔음을 환영하는 꽃길
중문 도착
중문 내 중문관광단지가 있다. 이 곳에 여러 패스트푸드와 흔한 브랜드 까페들이 많이 있고, 자전거 일주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 재미있을 것 같은 박물관들이 많다. 여기서 한 숨 돌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중문관광단지 내 테디베어 박물관
중문관광단지 내 K-pop 박물관
하지만 나는 흑돼지를 먹고 싶어서 6시에 중문에 도착하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을 헤맸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점, 혼자 먹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운 점 등의 이유로 오늘 저녁 식사는 길거리에 끌리는 곳을 들어가기로 한다. 완산골이라는 곳에서 한치 물회와 막걸리 한두잔 :)
소소한 동네 식당에서 한치물회와 제주 막걸리, 12천원
저녁 식사를 위해 헤맨 시간이 좀 길었기 때문에 8시 정도에 숙소에 도착, 다른 분들이 술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래 나는 얼른 씻고 9시가 넘어서 바로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찍은 JJ 게스트하우스
첫째 날에는 계획대로 무사히 갈 수 있을런지에 대한 걱정과 제주도 그 자체가 주는 행복감이 같이 공존하는 이동을 했다. 체력이 어느 정도 자신있는 평균 남성이라면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거리이므로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자.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첫째 날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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