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오래된 여행 기록입니다
이 글은 2016년 11월 12일부터 11월 19일까지 일주일 동안의 파리
여행을 뒤늦게나마 기념하고 기록한 것입니다. 따라서 돌아다닌 곳들의 정보나 지식을 담기보다는 그 당시에 스스로 보고 느낀 것들을
기억해내어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마운 나의 친구도 티스토리 블로그를 합니다 (내 블로그를 보고 뽐뿌가 와서 만들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철학 및 심리학과 관련해서 공부하는 내용이 많이 있겠지만, 그 뿐만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문학 등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곤 하니, 파리의 외노자를 알고 싶다면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오늘은 박물관 데이
오늘은 친구가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나는 홀로 박물관에 눌러 앉아있기로 계획했다. 오랑주리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이 오늘의 목표이고, 점심 시간에 친구와 장소와 시간을 맞춰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친구와 불로뉴에서 버스를 타고 센 강 어딘가에 내리니 아침 10시 반. "혼자 잘 할 수 있다"며 친구를 보내고 보호자 없이 처음으로 파리를 걷기 시작한다.
처음보는 대낮의 센 강
다리를 건너 작은 개선문, 튈르리 정원을 지나면 오랑주리 미술관에 갈 수 있었다.
오랑주리 미술관 = 수련의 방
슬프게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촬영이 가능한 곳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수련의 방을 안 찍을리가 없는데, 오랫동안 사진 관리를 못 해서 유실된 것 같다. 사진이야 인터넷에서 다 찾아볼 수 있으니, 슬픈 마음은 뒤로 하고 나의 기억만 적어본다.
10~20분 정도 줄을 서고 검문검색을 받은 후에 티켓을 사고 입장할 수 있었다 (비수기 파워). 20세기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이 곳은 2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랫 층은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의 개별 작품들을 전시하고 위 층은 모네의 수련 연작을 담고 있는 두 개의 방이 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얼핏 이름은 아는 (그러므로 정말 유명한) 피카소, 마티스, 르느와르, 세잔, 고갱 등의 화가들의 작품을 1층에서 볼 수 있었다. 화면에서만 보던 그림들이 내 눈 앞에서 직접, 그리고 자세히 보니 화가들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을지 생각하게 된다. 위 층으로 올라가면 모네의 수련 4점이 둥글게 펼쳐져 있는데, 그 방에 들어가는 그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방의 동서남북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련 그림 하나 하나가 굉장히 크다. 멋지고 신기해서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온다면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총 8점으로, 4점 씩 두 방에 나눠져 있으므로, 첫 번째 방만 보고 나오면 안 된다.
점심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다시 내려와서 기념품을 몇 개 사고 이만 나온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데카르트 대학 쪽으로 더듬더듬 찾아간다.
파리의 대학가를 기대하며 찾아가는 길
비둘기, 비둘기 똥과 함께 먹는 빠니니
만나기로 약속한 대학 건물 문 앞에 무사히 도착했다. 정각 즈음이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나오면서 활기찬 대학 분위기가 생긴다. 친구도 나와서 같이 빠니니를 사러 간다.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좁은 문 안팍에 사람들이 꽤 줄을 서고 있다. 친구가 빠니니 2개를 사서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간다. 아담한 공원에 몇몇 무리들이 나무 의자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 공원은 큰 나무들이 있어서 시원한 느낌이 드는 곳인데, 비둘기가 정말 많았다. 이 지역의 비둘기들은 모두 이 곳에 모여 있는 느낌이다. 이와 함께 공원 흙바닥이나 나무 벤치 위에 비둘기 똥의 흔적이 굉장히 깊게 새겨져 있다. 나도 이 벤치에 앉아서 여유롭게 빠니니를 먹었다. 8~9 유로 정도 했던 비싼 빠니니는 그 맛이 예술이었다. 프랑스 음식은 정말 맛있다 (채구얌).
그리고 다시 홀로 루브르로 향한다.
하루 종일 루브르에 있어도 모자랄 것이다 시간이
어제 예습으로 왔었던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입구에 무사히 도착했다. 줄 서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곧장 피라미드 안의 계단을 내려간다 (비수기 파워). 내려가니 이제 진짜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동서남북으로 박물관의 각기 다른 곳 (시대 순서대로 드농 관, 쉴리 관, 리슐리외 관)으로 입장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고, 순서를 잘 지키는 나는 티켓을 산 뒤 드농 관 입구로 들어간다. 줄은 하나도 안 서고 곧장 들어갔다 (비수기 파워!).
역시나 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지는 않겠다. 루브르 박물관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거대하고 가득 차 있었다. 중요하게 볼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전혀 모르겠는 작품은 과감히 스킵해도 괜찮다. 첫 방문이라면 미리 중요 작품을 파악해두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생각하는데, 그만큼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것이다.
박물관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가이드와 동행하면서 설명을 듣는 사람들, 바쁘고 시끄럽게 다니는 패키지 여행 무리들, 혼자 조용히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다니는 사람들, 예술품 앞에서 자신의 캔버스에 열심히 작업을 하는 본토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예술을 공부하는 프랑스 학생들은 무료로 루브르 박물관 입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한다. 나는 그냥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다녔다. 교양이 없는 나조차도 여기 있는 많은 것들을 다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지경인데, 그 가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겐 그 마음이 어떨까 싶다. 욕심이 있다면 하루나 이틀 전체를 루브르 관람 계획으로 잡아도 좋을 것 같다.
드농 관에서 슐리 관으로
중세 성터를 전시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리슐리외 관에서 보여주는 황제 시절 침실
황제의 다이닝 룸
박물관 문 닫는 6시가 다 되어가면서 맘이 더욱 급해진다. 나폴레옹 황제 시절의 찬란한 환경을 담고 있는 리슐리외 관을 더욱 바쁘게 쏘다니다가 쫓겨나듯이 박물관을 나왔다.
마무리 저녁 산책
루브르를 돌다보니 피곤한 얼굴을 알아보는 친구를 만나니 반갑다. 됐고 저녁을 먹으러 가자.
일식 우동집에 들어갔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에 맛있었다. 생전 안 해본 "하루 종일 박물관"을 돌다보니 굉장히 지쳐있어서 뭘 먹어도 맛있을 상태였긴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 먹었던 일식 우동과 비교했을 때, 그 질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맥주도 한 잔!
만족스럽고 따듯한 저녁 식사를 하니 기운이 조금은 채워졌는지, 아니면 이대로 저녁 시간을 뒤로하고 떠나기엔 아쉬웠는지 파리 산책을 조금 더 한다. 특히 친구가 오페라 극장을 들어갈 수 있으면 가자고. 하지만 시간이 늦어 아쉽게도 입장은 하지 못하고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많은 건물이 많아서 밤 시간이 되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꽤 많다. 무튼 이 곳에서 발레나 오페라 공연을 하나 보다. 미리 스케쥴을 파악해서 예매하고 가면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는 더욱 멋지다고 한다.
친구놈이 여기서 내 사진 찍어주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뜨려서 내 휴대폰에 금이 갔다. 그래도 지금은 내 보호자니까 쿨하게 용서해준다. 마지막으로 비싼 카페에서 4유로 짜리 커피를 먹으면서 기분을 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귀가. 내일은 친구가 굳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어서 같이 몽마르트르에 가기로 하고 오늘도 꿀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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