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오래된 여행 기록입니다
이 글은 2016년 11월 12일부터 11월 19일까지 일주일 동안의 파리 여행을 뒤늦게나마 기념하고 기록한 것입니다. 따라서 돌아다닌 곳들의 정보나 지식을 담기보다는 그 당시에 스스로 보고 느낀 것들을 기억해내어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마운 나의 친구도 티스토리 블로그를 합니다 (내 블로그를 보고 뽐뿌가 와서 만들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철학 및 심리학과 관련해서 공부하는 내용이 많이 있겠지만, 그 뿐만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문학 등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곤 하니, 파리의 외노자를 알고 싶다면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샤를드골 공항 도착, 혼자라면 치밀한 탈출 계획이 필수
비행기에서 12시간 반을 보내고 샤를드골 공항에 오후 5시에 도착했다. 여러 검문 절차를 거치고 짐을 찾아서 나오니 친구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놓인다. 파리 외곽에 샤를드콜 공항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여기서 파리로 들어가려면 RER이라는 프랑스의 광역급행철도를 타야한다. RER에서 파리 지하철을 환승하는 과정이 복잡했던 걸로 기억한다. 따라서 초행이고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면 티켓을 어떻게 사고 어떻게 환승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아두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를 위해 친히 마중 나와주신 친구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지하철을 탔다.
파리 외곽 지역의 밤은 위험하다. RER 지하철 안에서도 위험하다. 조용히 내 짐의 안전만을 신경쓰면서 가야 한다.
친구네 집이 있는 지역은 파리 조금 아래 쪽에 있는 Boulogne (불로뉴) 인데, 인천 공항에서 상일동역까지 가는 느낌으로 파리를 꿰뚫고 한 시간 반 정도 가서야 지하철을 내릴 수 있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숙소가 될 친구의 집에 짐을 내려놓고 "일단 밥을 먹으러 가자" 해서 파리를 향해 다시 버스를 타러 출발한다. 20~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서 어느 세느 강가에 내린 후, 친구가 나를 먼저 끌고 간 곳은 Trocadéro (토캬데로) 정원이었다.
안녕 에펠탑
2년 전 폰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다.
여기에서는 세느 강 너머로 홀로 서 있는 에펠탑을 볼 수 있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에펠탑이 비춰주는 뿌연 야경을 보고 있었다. 여기서 장난감이나 악세서리를 파는 형님들이 여럿 있었는데 한국 사람에겐 한국말을, 일본 사람에겐 일본말을, 중국 사람에겐 중국말을 하는 엄청난 언어 능력에 놀랐다. 물론 살만한 건 없었다.
첫 에펠탑 관광을 끝내고 식사를 하러 갔다. 첫 식사라고 친구가 비싼 곳에 나를 데려갔다.
여기서 샌드위치와 오렌지 쥬스를 주문했다.
저 접시가 정말 크다. 샌드위치 하나 씩도 2등분 같은 4등분 짜리 같았다.
음식이 나오자 샌드위치에 꽂혀있는 막대기를 손으로 집으려 했건만, 친구에게 제지당했다. 여기서는 포크와 나이프로 먹어야 한단다. 이걸 어떻게? 주위를 둘러보니 그래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저 샌드위치를 포크 나이프로 먹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무튼 프랑스 음식 문화를 처음으로 겪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애를 써가며 먹었고 그 광경을 친구가 매우 즐거워했다. 샌드위치도, 가운데 있는 샐러드도 매우 맛있었다. 오렌지 쥬스도 직접 짜서 만들었다고 하는 친구의 말이 믿어질 정도로 신선했다.
매우 만족스러운 첫 끼를 채운 후, 친구가 직원에게 부탁을 해서 커피를 먹기 위해 바깥 자리로 옮겼다.
Trocadero 지하철 역이 보이는 Carette의 야외 자리.
여기서 식사를 하는 사람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담배를 피는 사람도 있다.
비가 오는 11월이었지만 날이 많이 춥지는 않았고, 위에 난방기도 있어서 따듯했다. 커피가 들은 무거운 주전자가 나왔고, 에스프레소 잔보다 조금 더 큰 잔에 커피를 따르고 친구의 안내에 따라 각설탕을 넣어서 홀짝홀짝 먹었다. 처음으로 커피 맛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데, 기록한 자료가 없어서 유감스러울 뿐이다.
여유 넘치는 커피 시간까지 마치고 "이제 계산하고 갈까" 하는데 친구가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않고 두리번 거린다. 직원과 눈을 마주치자 친구는 손으로 네모를 그린다.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직원이 카드 기계를 들고 와서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결제를 한다. 이제와서야 프랑스의 격식있는 식사 관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일어나지 않고 직원을 불러서 주문과 결제를 하고, 야만적이지 않게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절차를 지키는 것이 다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중에 소개할 케밥집에서는 손으로 들고 뜯어먹는다. 격식 있는 곳과 아닌 곳은 알아서 판단하시길 바란다.
개선문, 그 길이 그렇게 멀지 몰랐다
배도 채웠고 그냥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어딜 갈까 고민하면서 세느 강가를 걷다가, 개선문을 보러 가기로 한다.
Trocadero, Carette - 센 강가 - Avenue Montaigne (몽테뉴 거리) - Avenue des Champs-Élysées (샹젤리제 거리) - Arc de Triomphe (에투알 개선문)
익숙한 이름의 샹젤리제 거리를 걷게 됐다. 샹젤리제 거리로 들어서면 내 시야에 뻥 뚫린 직선의 거리가 펼쳐지고 그 끝에 개선문이 보인다. 조금만 걸으면 될 것 같은데 가도 가도 가까워지질 않는다. 호화찬란한 샹젤리제 거리를 30분 정도 걸어서야 개선문 앞에 다다르고, 장난감 같이 작던 개선문이 카메라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낮 시간에는 개선문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더라.
거대한 개선문 앞에서 잠시 있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다시 한 번 금방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은 광경이 보인다.
저 앞에 콩코드 광장의 관람차가 보인다. 저기까지 걸어가는데 최소 30분은 걸릴 것이라 장담한다. 황제의 스케일을 무시하지 말자 (내일 가게 될 베르사유에서 그 스케일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우리도 이제 정말로 숙소로 돌아간다. 비를 계속 맞아서 몸은 춥고 화장실이 매우 급한데 갈 길은 멀다. 토캬데로 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가는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인내하여 무사히 파리에서의 하루를 마친다. 내일은 베르사유 궁전을 가기로 하고 꿀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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